다시 시작하기

2012/04/27

Bangkok and Koh Tao, Thailand. April 11-26, 2012

분류: Uncategorized — lizcho @ 2:33 pm

회사를 그만두고 한달여간 휴식 후, 야심차게 계획한 태국여행. 현재까지 다녀본 여행중 가장 계획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한 만큼 얻는 것도 많았던 여행이었다. 총 방콕 8일, 꼬 따오 7일로 15일 간의 여행.

11일 방콕에 발을 딛는 순간. 이미 도시는 송크란(Songkran) 준비로 시끄러웠다. 도심은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고, 택시기사는 바가지 요금으로 나를 친구들이 머무는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이미 도착해 있던 친구들과의 조우. 휴식의 시작.

 

백수 신분으로 럭셔리한 1박을 한 후, 나만의 숙소로 옮겨 여행을 시작했다. Saphai pae라는 호스텔에 묵었는데, 조용하고 시설도 좋고 만족스러웠다. 숙소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와는 아침밥을 먹으며, 한국과 독일. 그리고 한국 정치와 세계정치에 대해 얘기하며 오랜만에 여행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만원짜리 지폐와 한글 이름을 선물했다. ‘타미카’라는 아이였다.

송크란은 생각보다 엄청난 축제였다. 유럽에 토마토 축제가 있다면, 동양에서는 단연 송크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거리로 나와 서로에게 물총을 쏘며 축제를 만끽했다. 특히 동양 여자이자 여행자인 나는 톡톡히 타겟이 될 수 밖에 없었다 ㅠㅠ  회가루도 많이 칠을 당했다. 나는 이정도일 줄은 모르고 귀엽고 앙증맞은 미키마우스 물총을 샀는데, 서양 아이들의 큰 물탱크가 달린 물총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어 그냥 맞고 다녔다. 싸움 자체가 되지 않아 귀엽게 봐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태국인들은 참 인정이 많은것 같다. 여행 내내 flurting 하는 택시기사들은 좀 역겨웠지만(한명과는 손도 잡닸다ㅠ) 가방이 덜 젖게 도와주는 착한 사람들도 많았다.ㅠㅠ

송크란을 제외한 나머지 일정은 룸피니 공원, 왓 아룬과 왕궁, 암파와 수산시장 투어, 텅러-에까마이 방콕 고급 주택가, 그리고 카오산 으로 이어졌다. 모두 생각보다 덜 혹은 더 좋곤 했다. 중간에 성훈이라는 동행을 만나 꼬 따오까지 함께 동행했다.

꼬 따오로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8시간 정도의 버스+2시간 휴식+2시간 배로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버스에서 제대로 잠을 못이루었더니 꼬 따오에서의 첫날은 너무 힘들었다. sensative skin을 위한 선크림을 발랐는데, 오히려 알러지가 더 심해졌다.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팬룸의 방이 너무 더워 삼십분에 한번씩 깨어 헉헉거렸다.  3시간 정도의 이론교육을 마치고 함께 교육받을 사람들과 첫 따오의 저녁 식사를 했다. 알러지가 심해져 너무 가려워서 일찍 들어와 잠을 청했다. 이눔의 알러지 ㅠ

둘쨋날 부터 다섯째날 까지의 PADI 교육은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즐거울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다이빙 교육에 이론교육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ㅠㅠ 거기다 몸도 왜 내 말을 안듣는지… 회사생활 하면서 기억력이 감퇴되었는지 수신호를 잘 못알아먹어서 선생님과 동료들을 괴롭게 했을 것이다. 너무 오랜만에 무언가를 배웠다. 수업은 풀장 교육- 오픈워터 교육 4회로 이어졌다. 아쉬움에 Adventure Diver 교육까지 이수했다. (순전히 선생님의 꼬심 때문이었을 지도ㅠ)

온갖 스킬과 장비들 때문에 처음에는 어려웠던 다이빙이(다이빙은 과학의 스포츠이다!) 어느새 스르르 흡수되어 나에게로 왔다! 물속에서 많은 스킬들을 연습하고, 수신호에도 익숙해지면서 다이빙은 점점 재밌어졌고…특히 Chumpon Pinnacle에서 딥다이빙을 할 때는 우주에서 유영하는 느낌. 위도 아래도 없는 무한공간에 갖혀버리는 묘한 기분이 들더라. 야간 다이빙은 많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닷속에서 플랑크톤들…그리고 수면위로 올라왔을 때 쏟아지는 별들은 정말 잊혀질 수 없는 기억이다. 낭유안 근처의 핑크 아네모네, 흰색 검정무니 달팽이, 상어같이 생긴 큰 바라쿠다 물고기, 보라색 및 색색깔의 산호초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볼 것들 뿐만 아니라 그 먼 이국 땅에서 다이빙이 좋아 사람이 좋아 강사로 머물고 계신 Ban’s Diving Resort의 조희숙 쌤과 신창진 쌤도 너무너무 멋지고 아름다워 보였다. (솔직히 부럽다…) 시원 털털한 성격을 가진 카리스마 조쌤, 그리고 해적같이 무서운 외모지만 마음은 따뜻한 진쌤. 아….따오에 또 가야겠는걸.

그리고 다이빙 마지막,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 나의 Buddy에게도 감사한다.

싸이리 비치와 낭유안에서의 휴식도 꿀맛이었다. 하지만 태국 여행의 마지막은 좀 씁쓸히 지나갔다. 유럽 여행 때는 감기가 걸려 한국에 빨리 오고 싶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마음의 감기로 인해 한국에 빨리 오고싶었었다. 버디가 없는 외로움…한국이 아닌 낮선 방콕에 남겨진 슬픔은 유쾌한 나조차 감당하기 힘들정도였다. 너무 강렬했던 덕분이었을까.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선물 목록을 하나하나 작성하고, 마지막날은 임무를 완수하듯이 선물을 샀다. 26일 저녁. 아직은 추운 인천 공항에 15일 전 가져갔던 바람막이를 꺼내입으며 낯선 서울로 입성했다. 많이 낯설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정이 많아지고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좋은 일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계획하는 일의 즐거움을 다시 알게 됐고, 도전하는 것, 성취하는 것의 즐거움도 알게됐다. 따뜻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좋은 얘기들을 하니 정신이 저절로 맑아지는 느낌이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갖게된 시간이었고….

또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 지 모른다. 아직은 따오의 아련한 바다냄새가 그립다. 매일매일 지던 석양도, 밤의 별도, 좋은 사람들과 술과 음악도, 찌는듯한 더위와 전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사람들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는 것이 많지 않은데, 이곳을 앞으로도 쭈욱 계속 좋아할것 같다.

5월과 6월도 계획속에서 또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는데 열정적으로 쏟고 싶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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